『장자』라는 책에 보면,
장자와 혜시가 한 문제를 두고 입씨름을 벌이는 이야기가 자주 등장한다.
물론, 책을 쓴 사람이 장자이다보니 혜시를 곯려먹는 식이긴 하지만 말이다.
곯려먹기는 해도 장자 역시 혜시를 지기로 여겼다고 한다.
혜시가 죽은 뒤에도 장자는 그를 많이 그리워하면서,
"혜시가 죽으니 나의 호적수도 죽었다." 라고 한탄한걸 보니...
생전에 혜시가, 어찌어찌해서 양나라의 재상 자리를 떠억하니 차지하고 있을 때의 일이다.
장자가 양나라를 지나다가 옛친구 혜시를 한번 만나보고 싶어서 그 수도로 들어갔다.
그런데 한 아첨꾼이 혜시를 찾아가 이렇게 이빨을 까네.
ㅡ 장자라는 분이 찾아왔다는데요, 왜 왔겠습니까.
필시 그 세 치 혀를 놀려 재상 어른을 내쫓고 그 자리를 차지하려는 것이겠지요.
귀 얇은 혜시는 그 말을 듣고는 사흘 밤을 전전긍긍한다.
도무지 장자 같은 인물을 이겨먹을 자신이 없었던거지.
그런데 사흘째 되는 날 장자가 불쑥 혜시 앞에 나타나 이런 말을 한다.
ㅡ 자네, 남쪽 나라에 봉황이라는 새가 살고 있다는데 들어본 적이 있나.
ㅡ 들은 적이 있소.
ㅡ 이 새는 어찌나 도도한지 벽오동 아니면 앉지도 않고,
대나무 열매 아니면 먹지도 않고, 감로의 샘물이 아니면 마시지도 않는다고 하네.
ㅡ 대단한 새로군요.
ㅡ 그런데 말일세. 까마귀 한 마리가 썩은 쥐 한 마리를 주워 이걸 먹으려고 하다가
머리 위를 날아가는 봉황을 보았네. 까마귀는 봉황이 썩은 쥐를 빼앗으러 온 줄 알고는,
'까악', 하고 울었네.
ㅡ 그랬소?
ㅡ 자네 지금, 까악, 하고 싶은 거지?
ㅡ ...
유심히 주위를 살펴보면, 주위에 까악거리는 인간들이 참 많다.
내가 물론 봉황에 비유된다는건 아니지만, 적어도 썩은 쥐가 탐나진 않는단 말이야.
여기 나오는 혜시는 귀여운 구석이라도 있어, 머리 한대 쥐어박고 말겠다만
저저저 아첨꾼같은 무리들은 어떻게 해줘야 하나.
별것도 아닌 소문에 흥분하고 뒷다마 까는데에만 능통한 무리들.
온갖 오해를 만들고 자신의 추잡한 상상력을 사실인양 떠벌리는 무리들.
다신 걷지 못하게 허리를 뒤로 접어줄까보다.
퉤.



